특경법위반이라는 표현만 들으면 거래금액이 크다는 이유로 곧바로 중한 처벌이 정해진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려면 먼저 사기·컴퓨터등사용사기·공갈·횡령·배임 또는 업무상 횡령·배임 등 법이 열거한 기본범죄가 성립해야 하고, 그 범죄행위로 취득하거나 제3자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도 기준 이상이어야 합니다. 사건명보다 먼저 행위의 구조와 이득액 산정 근거를 나누어 보는 이유입니다.
수사기관의 고소장이나 압수수색영장에 특경법위반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모든 입금액, 계약금액 또는 회사 손실액이 그대로 이득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가 실제로 이행된 부분, 반환된 돈, 담보가치, 피해자와 계약의 수, 각 행위가 하나의 범의와 계속된 관계로 묶이는지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억울함을 길게 주장하기보다 돈의 이동과 각 거래의 법률관계를 자료로 분리하는 작업이 우선됩니다.
- 법이 열거한 사기·공갈·횡령·배임 등의 기본범죄가 먼저 성립하는지 확인합니다.
- 이득액 5억 원과 50억 원 구간은 구성요건과 법정형에 영향을 주므로 산정표가 필요합니다.
- 계약별 대가, 반환금, 담보, 피해자별 관계와 행위의 묶임 여부를 원자료로 검토합니다.
가중처벌보다 먼저 보는 기본범죄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는 독립된 재산범죄를 새로 만드는 방식이라기보다 형법상 특정 재산범죄가 성립하고 이득액이 일정 규모에 이른 경우 가중처벌하는 구조입니다. 사기라면 기망행위, 처분행위, 재산상 손해와 인과관계를 살펴야 하고, 횡령이라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와 불법영득의사가 문제됩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 임무위배행위, 본인 손해와 행위자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구분해 검토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채무불이행, 사업 실패, 투자 손실 또는 내부 회계처리 오류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기본범죄가 자동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민사계약의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처음부터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정황, 용도가 제한된 자금의 임의 사용, 회사에 불리한 거래를 통해 특정인이 이익을 얻은 자료가 있다면 형사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와 사후 사정을 섞지 않고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회사자금 사건은 권한과 용도를 따로 본다
대표이사나 자금담당자가 계좌를 사용할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자금 사용의 적법성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회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돈이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횡령액이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급여·가수금·대여금·비용 정산처럼 법률관계가 다른 항목을 구분하고, 이사회 의사록, 내부 결재, 세금계산서, 계약서와 회계원장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거래명만 바꾸기보다 실제 지급 원인과 최종 귀속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5억 원과 50억 원을 가르는 이득액
현행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합니다. 또한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양형자료가 아니라 가중처벌 조항의 적용을 가르는 핵심 요소이므로, 수사기록에 적힌 합계액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각 금액의 포함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사기 사건에서 계약 전체 금액이 문제 되더라도 상대방이 실제로 제공받은 대가나 계약 구조에 따라 취득한 재산상 이익을 다시 따져야 할 수 있습니다. 횡령에서는 소비·반출·매각과 담보제공의 가액 평가가 같지 않을 수 있고, 배임에서는 재산상 이익을 금액으로 산정할 수 있는지가 먼저 문제 되기도 합니다. 대법원도 이득액이 구성요건의 일부이므로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해 밝혀 왔습니다.
여러 거래를 합산할 때에는 피해자, 계약, 위탁관계, 행위 시기와 방법이 동일한지 살펴야 합니다. 동일 회사에서 반복된 지급이라고 해서 언제나 하나의 범죄로 묶이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하나의 계획 아래 계속된 행위라면 포괄해 평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거래별 표에는 날짜, 지급인, 수취인, 명목, 실제 용도, 반환액, 담보, 근거 문서와 수사기관 주장액을 각각 적는 것이 좋습니다.
고소금액과 법률상 이득액은 구별한다
고소인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사건을 파악하는 출발점이지만 법률상 이득액과 항상 일치하지 않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액에는 지연손해금, 기대이익, 부대비용이 포함될 수 있고, 형사기록의 범죄일람표에도 중복 이체나 내부 대체거래가 섞일 수 있습니다. 계좌 원장과 계약서를 기준으로 같은 돈이 두 번 계산되지 않았는지, 반환이나 상계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제3자가 실제 취득한 이익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조사 전에 고정해야 할 자료와 진술
특경법위반 사건은 거래량이 많아 기억에 의존한 설명이 기록과 어긋나기 쉽습니다. 우선 원본 계좌내역, 회계원장, 계약서, 품의·결재문서, 이메일과 메신저, 세금계산서, 납품·용역 결과물을 보존합니다. 파일은 작성일과 수정일이 남도록 복제하고, 원본을 임의로 편집하거나 상대방 계정에 무단 접속해 자료를 확보해서는 안 됩니다. 자료별 출처와 확보 경위를 기록하면 이후 진정성 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진술서는 거래별 사실과 평가를 분리해 작성합니다. 직접 보거나 실행한 사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 문서로 추정하는 내용을 구분하고, 기억나지 않는 날짜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회사 내부의 직급만으로 결재 권한을 추정하지 말고 당시 규정과 실제 승인 흐름을 확인합니다. 공동피의자나 참고인의 역할도 책임을 떠넘기는 표현보다 지시·보고·실행의 구체적인 시점과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 고소장·영장·출석요구서에서 적용 조문과 범죄일람표를 확인합니다.
- 거래별 원금, 대가, 반환액, 담보와 최종 귀속을 표로 나눕니다.
- 기본범죄의 요건과 이득액 5억·50억 구간을 별도로 검토합니다.
- 첫 조사 전에 예상 질문과 자료의 불일치를 점검하고 진술 범위를 정합니다.
변호사 검토가 필요한 시점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이 시작됐거나, 회사와 개인의 자금이 섞여 있거나, 여러 피해자와 계약을 하나로 합산해 5억 원 이상이 주장되는 경우에는 초기에 법률 검토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구속 가능성만을 과장하기보다 혐의의 기본구조,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로 오해받을 행동, 피해회복과 합의가 미치는 범위, 회사 자료의 적법한 반출 방법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변호사 상담에는 사건명만 전달하기보다 범죄일람표, 핵심 계약서, 계좌내역과 본인이 작성한 거래표를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특히 이득액을 다투려면 제외할 금액의 근거가 있어야 하며, 단순히 실제 손해가 적었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본범죄 자체를 부인하는지, 일부 행위는 인정하되 이득액이나 포괄관계를 다투는지, 피해회복을 병행할지에 따라 대응 순서가 달라집니다.
특경법위반 대응의 출발점은 큰 금액을 보고 결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본범죄가 어떤 거래에서 성립하고 그 행위로 취득한 이익을 얼마로 볼 수 있는지 증거에 맞춰 다시 계산하는 것입니다. 조사 전 원자료를 보존하고 계산표와 진술의 기준을 맞추면 불필요한 오해와 중복 산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